'더는 안돼' 대통령실, 野 '도·감청' 공세에 적극 나선 배경은
'더는 안돼' 대통령실, 野 '도·감청' 공세에 적극 나선 배경은
  • 김현식 기자
  • 승인 2023.04.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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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실을 도·감청했다는 의혹을 두고 야당의 비판 공세가 거세진 가운데 대통령실 또한 적극 반박에 나선 모습이다.

이는 자칫 이달 말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訪美) 일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데다, 이른바 '일광횟집 논란'에 이어 '도·감청 의혹'에서도 사실과 동떨어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은 '거짓', '허위정보'와 같은 가짜뉴스를 지적하는 듯한 발언들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미(美) 중앙정보국(CIA) 도·감청 의혹과 관련, 윤 대통령 등은 먼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뒤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문서 유출을 둘러싸고 조작설과 러시아 개입설 등 풀리지 않은 의혹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신중하게 문제 해결에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날(10일) 도·감청 의혹에 관한 대응 원칙을 설명하면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도·감청 원인이 '용산 졸속 이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향해서도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사건을 과장하거나, 혹은 왜곡해 동맹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에게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감청이 건물 벽을 통해 이뤄졌다거나 CIA가 미세한 창문 떨림을 감지하는 기술로 내부 논의 내용을 파악했다는 등 야권에서 추측성 비판이 계속된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특히 한일 정상회담 이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논란, 부산 횟집(일광횟집) 친일 논란에 이어 이번 도·감청 의혹에서까지 "도를 넘는 네거티브가 계속되고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이 여러 차례 일련의 일들에 있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야당이 직접 후쿠시마를 방문하는 등 여론전을 펼치면서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 나선 이후, 부산에서 각 부처 장관, 17개 시·도지사들과 만찬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유튜브 매체 등에서는 횟집 이름을 거론하며 '친일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광'은 지역 이름이기도 한데, 친일이라고 하면 주민들이 상처받을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논란"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외부일정에서 연이어 '거짓'이나 '허위정보', '선동' 등 가짜뉴스를 지적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것도 야권의 무분별한 네거티브 공세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부활절 합동예배'에서 "진실에 반하고,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헌법 정신을 잘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한 부활절 예배에서 '자기희생'과 '헌신' 등 그리스도 정신을 언급한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지난 6일 '신문의 날' 축사에서는 "허위정보와 선동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했고, 지난달 3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는 "허위정보 유포와 선동은 공동체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국, 프랑스 등도 같은 상황인데, 도·감청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해 생긴 문제라고 볼 수 없다"며 "아무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