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시한'도 넘긴 예산안…19일 본회의 통첩에도 연말 처리 가능성
'3차 시한'도 넘긴 예산안…19일 본회의 통첩에도 연말 처리 가능성
  • 김현식 기자
  • 승인 2022.12.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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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표 국회의장이 19일 본회의를 내년도 예산안 '네 번째 데드라인'으로 못 박으면서 평행선을 긋던 여야 협상이 주말 사이 급진전을 이룰지 주목된다.

다만 최대 쟁점이었던 '법인세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입장이 여전히 첨예한데다,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예산까지 변수로 남아 협상 실타래는 더욱 꼬여가는 모양새다. 연말까지 협상이 공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진표 의장은 전날(16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한 자리에서 '예산안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 대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취약계층 살려내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고 여야 원내지도부를 질타했다.

김 의장은 예산안 처리 '3차 시한'으로 정했던 15일까지도 여야 합의안이 나오지 않자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기관에 대해선 여야 협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권한 있는 기관들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부대 의견으로 담을 것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승적 차원에서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는 감세 효과가 미미하고,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해 사실상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을 '위법 기구'로 간주하는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해 최종 합의가 무산됐다.

김 의장은 늦어도 주말(17~18일)까지 여야 합의를 이뤄 19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그는 여야가 예산안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느라 법정 시한(12월2일)과 정기국회 회기(12월9일)를 넘겼고, 광역단체 및 기초단체 예산 심의 종료일까지도 본예산이 처리되지 않는 것은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 수레바퀴'를 여야가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제가 내놓은 중재안에 연연하지 않는다. 여야 합의가 안 되니까 내놓은 대안에 불과한 것"이라며 "(예산안) 쟁점을 받아서 검토해보니까 (여야 쟁점이)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 중에는 큰 틀의 합의안을 해주고, 세부사항 준비까지 마쳐서 월요일에는 꼭 예산안을 할 수 있도록 특별한 결단을 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여야는 협상 점접을 찾기 위해 다시 숙의에 들어갔지만 남은 이틀 사이 '극적 합의'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야당이 중재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독불장군식"이라며 여당 책임론을 겨냥했고, 국민의힘은 "법인세 개정안과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민주당은 그동안 예산안 처리 원칙에 양보에 양보를 해서 더이상 양보할 것이 없는 솔직한 상황"이라며 "마지막 한 발짝을 내딛는 건 여당인 국민의힘의 몫이다. 의장이 제시한 최종 중재안에서 더이상 양보할 게 없는 민주당에 추가로 조건을 내세운다면 그것은 예산안 합의 처리를 의도적으로 막겠다는 술수로밖에 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난 5년 동안 할 만큼 하지 않았냐"라고 맞받으면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문제에 대해 "지금은 최대 위기고 법인세는 해외 직접 투자 유치 때문에 사활적 문제가 됐고 의장이 중재안을 냈지만 이것으로는 대만의 (최고세율) 20%나 싱가포르 17%와 경쟁하긴 어려워서 선뜻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응수했다.

여야는 19일 본회의 처리 필요성에 공감대를 가지면서도 '무조건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최악의 경우 연말까지 예산안 협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 회기를 넘긴 것은 처음으로, 가장 늑장 처리된 2020년도 예산안(2019년 12월10일 통과)보다 이미 7일 늦은 셈이어서 '역대 최장 지각' 불명예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장 주재 회동을 마친 뒤 19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우물(합의)에 가지도 못했는데 계속 숭늉(본회의 처리)까지 찾으면 어떡하냐"며 "저쪽(여당)에서 칼자루를 다 쥐고 있는 사람들이, 열쇠를 열어줘야 예산안이 처리되는 것 아니겠냐"며 국민의힘의 결단을 촉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장 중재안은 두 개 기관(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감액하고 예비비로 쓸 수 있도록 부대의견을 달자는 건데, 사실상 예산을 감액하는 것이고 두 기관이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며 "현재는 그런(평행선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개정안과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 외에도 예산 증액 문제와 부부가정 기초연금 예산 등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쟁점들이 남은 점도 변수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 증액에 대해서는 정부가 동의를 해야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야기한 감액 사업들 말고 증액을 요구한 사업에 대해서도 세법과 패키지로 일괄 처리해야 한다"며 예산안 협상 절차를 설명했다.

다만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현재로서는 국회의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가 마지막 남은 쟁점에 대한 의견 교환을 했을 것으로 봐야 하고, 그 후에는 최대한 합의를 빨리해서 처리하자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월요일(19일)까지 본회의를 해야한다는 의장 언급에 대해서도 웨이트(wait·대기),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