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사면'에 들끓는 정치권…與 견제 속 野, 권력 구도 변화 촉각
김경수 '사면'에 들끓는 정치권…與 견제 속 野, 권력 구도 변화 촉각
  • 김현식 기자
  • 승인 2022.12.1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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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별사면 대상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가석방 불원서를 제출한 김 전 지사를 향해 "양심수 코스프레"라고 비판하면서도 대선주자급 김 전 지사의 재등장에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목소리로 '복권'을 요구하면서도 향후 야권의 권력 구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지사의 배우자 김정순씨는 지난 13일 김 전 지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12월7일 남편은 교도소 측에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가석방 불원서를 서면으로 제출했다"며 "현재 논의 중인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 넣기 사면, 구색 맞추기 사면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뜻을 함께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아 내년 5월 만기 출소에 오는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다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고려 중인 연말 특별사면 대상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거론됐다.

이에 대통령실을 비롯해 국민의힘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실은 전날 뉴스1에 "대통령이 지금 특별사면 대상자를 확정했나"라며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거부하는 모습인데 할 말이 없다"고 특별사면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이를 거부하는 듯한 모습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참, 무슨 '양심수 코스프레…정치 근육 키우긴가"라고 꼬집었고, 김기현 의원은 "가관이다. 마치 피해자인 양 우기고 있는 김 전 지사에게 사면은 사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정부·여당의 반응 바탕엔 김 전 지사가 갖는 상징성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지사는 '친문(친문재인) 적자'로,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 영향력이 큰 야권 정치인이다.

반면 민주당은 '복권 없는 사면'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복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김 전 지사가 사면을 넘어 복권까지 될 경우 향후 야권의 권력 구도에 미칠 파장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윤석열 정부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위해 김 전 지사 끼워 넣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15년과 5개월의 형기를 같은 저울 위에 올려두고 사면을 논하면서 '복권 없는 사면' 운운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사면 취지에도, 국민 상식에도 모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고민정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5년 형이 남은 이 전 대통령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만기 출소 4개월 남은 김 전 지사의 복권 없는 사면 단행하는 것은 면피성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주장처럼 김 전 지사가 이번 연말 특사에서 복권된다면 당장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길이 열린다.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을 둘러싸고 검찰의 '칼끝'이 이재명 대표를 정면 겨냥한 가운데 '친문 적자'인 김 전 지사가 하나의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두관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명(친이재명), 친문 구분은 언론의 프레임이지만 김 전 지사가 사면‧복권되면 정치인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견제하는 게 아닌가"라며 "복권 시켜주지 않는 이유를 굳이 달리 해석하자면 대권보다는 차기 총선에서 야당의 구심점 노릇을 못 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김 전 지사가 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 친문계 구심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을 흔들기 위해 사면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친명계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이 대표도 원할 것"이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이스 주자들이 여러 명 있을수록 완주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