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잠룡 김동연-오세훈…‘기회소득·안심소득’으로 정책 경쟁
대권잠룡 김동연-오세훈…‘기회소득·안심소득’으로 정책 경쟁
  • 송길용 기자
  • 승인 2023.01.2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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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지자체의 수장은 차기 대권잠룡으로 분류되면서 저마다 내세우는 정책은 종종 세간의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재임 시 강하게 밀어붙였던 ‘기본소득’(소득기준 등 없는 무조건성 지급)과 달리 김 지사는 ‘기회소득’을, 오 시장은 ‘안심소득’을 앞세우며 선의의 정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예술인·장애인 중심 ‘기회소득’ vs 복지사각 계층 위주 ‘안심소득’

선거 당시부터 예술인과 장애인 등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심하던 김 지사가 기회소득 실현 의지를 공식화 한 것은 지난해 9월22일 경기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다.

당시 도정질문에 나선 최만식 의원(민주·성남2)의 “김 지사가 약속한 ‘예술인 기본소득’이 하루라도 빨리 시행돼야 한다”는 요구에 김 지사는 “기회소득 개념을 도입해 도민들에게 더 고른 기회를 주겠다”며 처음으로 기회소득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김 지사는 선거 당시 예술인 소득보전 등을 약속한 바 있지만 ‘기회소득’이라는 단어를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김 지사 의지에 따라 도는 올해 66억원의 도비를 투입해 예술인들에게 연 120만원의 기회소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28개 시·군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실시되는데 지원 대상은 도내에 거주하는 예술활동증명유효자 중 개인소득이 중위소득 120%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올 하반기 시행 예정이다.

장애인 기회소득도 올해 시범사업으로 실시된다. 도비 10억원을 들여 올 7월부터 장애인 20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5만원씩 6개월간 지급한다.

장애인의 건강 증진과 사회활동을 사회가치 창출로 인정하면서 소득 지원과 연결해 장애인들의 적극 참여를 유도하고자 기획했다. 경기복지재단이 장애인 활동 관리와 통계 시스템 구축을 거쳐 시행할 예정으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약 6개월간 시범사업을 벌인다.

서울시의 안심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복지제도로, 오 시장 1호 공약인 ‘취약계층 4대 정책’의 핵심사업이다.

안심소득은 재산의 소득환산, 부양의무자 및 근로능력 유무 입증 등 기존 복지제도의 까다로운 선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원 대상 범위와 소득보장 수준을 확대해 복지 수혜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폭넓게 지원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난해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해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올해는 1단계 시범사업보다 지원대상 가구 폭을 넓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까지 확대 지원한다.

지원 규모도 당초 계획인 800가구에서 1600가구로 2배로 확대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올 7월부터 2년간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 중위소득 50~85% 600가구를 추가 선정해 지원한다.

사업 공고일인 이날 기준으로 주민등록상 서울시에 거주하면서 가구소득이 가구별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재산이 3억2600만원 이하인 가구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안심소득 효과를 연구하는 정책실험으로, 신청가구 중에서 최종 지원가구를 무작위 선정하므로 소득·재산 기준이 충족하더라도 모두가 지원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기회소득-안심소득’ 추진 위한 김동연과 오세훈 의지

기회소득과 안심소득을 꺼내든 두 지자체장은 국정감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도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해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회소득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소득이다. 즉, 기회를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실시하는 것”이라며 정책에 대한 소신을 강조한 바 있다.

또 “경기도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는 ‘기회’의 확대이다. 도민의 삶을 위해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기회를 만들겠다”며 “누구도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고 보다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기회수도’를 만드는 것이 경기도의 비전이다. 경기도는 ‘기회수도’ 조성을 위해 ‘경기 5대 기회 패키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기회소득은 이 ‘5대 기회 패키지’(기회소득·기회사다리·기회안전망·기회발전소·기회터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우리 사회 양극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극화의 해법은 안심소득”이라며 강한 정책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SNS 등을 통해 안심소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코로나19 이전 10년간 상위 1%의 부자가 전체 부(富)의 50% 정도를 가져갔는데 코로나19 시대에는 상위 1%가 63%의 부를 차지하게 됐다는 통계가 있다”며 “양극화의 종착역은 ‘공동체의 붕괴이다. 제가 서울시장으로서 안심소득 실험에 나선 근본적인 이유”라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 “안심소득은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없는 분들만 선택적으로 도와드린다”며 “형편이 어려울수록 더 많은 지원을 한다. 복지의 그늘에 있었던 분들에게 혜택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우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안심소득을 세계적인 학자들과 함께 꼼꼼하게 끝까지 검증하고 다듬어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