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정조사 강행에 속 끓는 與…막판 '전략 수정' 나설까
野 국정조사 강행에 속 끓는 與…막판 '전략 수정' 나설까
  • 김현식 기자
  • 승인 2022.11.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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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놓고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추진을 불사하며 국정조사를 압박하는 시점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여야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예산 정국이 '국조 블랙홀'에 잠식될 경우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한다.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3당은 전날(9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정조사는 재적 의원 4분의 1이상(75명)이 찬성하면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보고해야 한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강행할 경우 국정조사를 저지할 수단이 없다. 국정조사는 재적 의원 과반 동의로 처리할 수 있어 169석의 민주당만으로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특히 민주당은 전날(9일)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여야 대립은 더 첨예해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본회의 전까지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 요구서를 통과시켜 야당 의원들로만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발동시킨다는 계획이다. 국회의장은 국정조사를 실시한 특별위원회나 상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데, 국정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교섭단체는 특위에서 제외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정쟁의 시간만 끌겠다는 속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국정조사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정국이 정쟁으로 점철되면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기한(12월2일) 내 처리가 불투명한 데다, 야당 주도의 국정조사를 방치할 수도 없는 탓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소속 의원들에게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원내에서 협상해야 할 일이 많아 어느 정도는 (민주당에)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배제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입장을 보여왔다.

당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정조사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선명한 입장을 낼 수 있지만, 주 원내대표는 야당을 상대로 원내 사안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여러 요소를 고려하지 않겠나"라며 "국정을 운영하려면 소수여당로서는 거대야당을 끌어안고 가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국정조사 요구서가 본회의에 보고되면 여당의 전략도 '미세 조정'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한다. 국정조사 요구서가 2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유력한 만큼, 남은 2주 동안 당내 중진 의원 모임, 의원총회 등이 차례로 열릴 가능성이 있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리는 의원총회에서도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강행할 경우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 국정조사는 불가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면서도 "야당 단독으로 하게 둘 것인지, 우리도 참여할지는 그때 가서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겨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