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협 정비' 난항 예고…줄세우기·이준석계 물갈이 '술렁'
與 '당협 정비' 난항 예고…줄세우기·이준석계 물갈이 '술렁'
  • 김현식 기자
  • 승인 2022.10.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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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국 당협위원회를 상대로 대대적인 '조직 정비'에 나선 것을 놓고 당내 여론이 술렁이고 있다. 잠재적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급조된 비대위가 당협 줄 세우기에 나섰다"고 공개 반발하면서 당내 분열이 재점화할 조짐까지 감돌고 있다.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비대위는 전국 당협 235곳을 상대로 당무감사를 진행해 지역구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다음 달 국정감사 시즌이 마무리되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구성해 사고 당협 67곳에 대한 당협위원장 공모에 나설 방침이다.

비대위는 지난 13일 대구·경북(TK)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지역구로 내려가 현장 민심을 청취하고 당협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지역 순회'에 돌입했다. 오는 20일에는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지역구인 충남을, 27일에는 인천을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비대위가 '당협 정비'에 나선 것은 내년 초 전당대회 전까지 방치된 사고 당협을 채우고, 부실 당협을 정비해 철저한 '총선 대비 태세'를 갖춘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통상 총선 준비에 1년이 소요되는 만큼, 연말까지 '조직 안정화' 작업을 끝마치겠다는 구상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이 67곳이고, 당협위원장이 있더라도 (당협위원장이) 그 지역구에 살지 않거나, 사무실도 없이 당협위원장 타이틀만 있는 유명무실한 당협이 많다"며 "현 상태로는 전당대회를 제대로 치르기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다만 당협 정비가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대표 선거에 당원 투표(70%)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당협 지형을 둘러싼 당권 주자 간 신경전이 거세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상당수 당협위원장을 특정 계파 인사로 '물갈이'할 수 있다는 눈초리도 있다.

잠재적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윤상현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가 갑자기 당 조직들을 재편할 이유가 있나"라며 "가처분 문제가 해소되자마자 마치 평온하고 정상적인 지도부인 듯 당협 줄 세우기에 들어간 모양새"라고 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다.

윤 의원은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도 "불과 네 달 전 당시 정미경 최고위원을 향해 '당협쇼핑'을 운운하며 지도부 측근이 특정 당협에 배치되는 것을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던 분"이라며 "급조된 비대위 지도부의 자격으로 '당협대잔치'를 열겠다는 것이야말로 이율배반적인 행위"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당협위원장이 내정된 16개 당협이 공모 대상에 포함된 점도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당은 이 전 대표 체제였던 지난 5월 면접심사를 거쳐 사고 당협 16곳의 당협위원장을 내정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으면서 최고위원회 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비대위는 최고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만큼 공모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조직위원장 공모가 불투명하게 이뤄졌고,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던 정미경 전 최고위원이 보수세가 강한 경기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에 내정돼 논란이 불거지는 등 공모의 투명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시는 정상적인 공모 절차도 아니었고, 공모 자체를 몰랐던 사람들도 많아서 항의가 빗발쳤다"며 "당시 공모 결과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법안을 제출했다가 정기국회가 끝나면 폐기되는데,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 의결을 거치지 못한 것을 비대위가 승계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비대위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비판과 의혹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김행 비대위원 겸 대변인은 "당협 정비의 최우선 목적은 당의 안정화와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제고"라며 "일부 당권주자들의 비판은 너무 앞서 나간 면이 있다. 자기 사람을 꽂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비대위가 (전당대회 판세를) 흔들 수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은 "대선은 국민의 축제이고 전당대회는 당원들의 축제인데, 2024년 총선 압승을 위한 조직의 안정과 정비는 이에 필수적"이라며 "당의 안정화에 주력해 우리 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