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한국인인데…'20년째 외국인' 한일 혼혈에 "귀화 불허"
엄마는 한국인인데…'20년째 외국인' 한일 혼혈에 "귀화 불허"
  • 김현식 기자
  • 승인 2022.10.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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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3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피가 흐르는 만 7살의 꼬마 아이가 현해탄을 건너 난생 처음 '어머니의 나라' 대한민국의 땅을 밟았다.

일본 오사카시에서 한일 부부 사이에 태어났다가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를 따라 한국에 온 그는 이후 쭉 '모국'에 뿌리를 내렸지만, 20년째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신분으로 살고 있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일본 국적의 한일 혼혈 남성 A씨(27)는 불과 만 10살이던 2006년 3월에 '불법체류자'가 됐다. 2003년 엄마 손에 이끌려 한국에 온 A씨는 3년의 방문동거(F-1) 체류자격을 받았는데, 기간이 지난 뒤에도 그의 엄마가 연장 신청이나 귀화 신청을 하지 않아서였다. 이후 A씨의 엄마는 경제적 문제로 그의 양육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를 떠나기에 이른다.

이에 A씨는 신분 문제로 국내에서 정규 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이부(異父) 누나의 보살핌으로 성장한 A씨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신분 문제로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 생활고를 겪었고, 이에 2015년 2월께 이부누나의 남편으로부터 오토바이를 빌려 배달일을 하게 된다. 불법체류자 신분의 A씨는 당연히 운전면허도 취득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A씨는 2017년 8월께 경찰의 불심검문을 통해 불법체류자임이 밝혀졌다. 그 과정에서 A씨가 한국 국적자의 자녀로 오랜 기간 국내에 거주한 사정이 고려돼 거주(F-2) 체류자격을 얻으며 '불법' 딱지를 떼게 됐으나, '무면허 운전'을 한 사실 또한 알려졌다. 이에 그는 그해 10월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이후 부모 중 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일 경우 특별귀화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국적법에 따라 2018년 귀화를 신청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불허했다. 그가 3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과거 모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불기소 처분)이 있으며, 2006년부터 약 11년간 불법체류를 해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귀화를 불허한 국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지난 2020년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건 그의 모친의 잘못으로 미성년자였던 A씨에게 귀책 사유가 없으며, 무면허 운전을 한 것도 인도주의적 사정으로 참작할 사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행정6-3부(부장판사 홍성욱 최봉희 위광화)는 "원고의 출생 및 성장 과정을 감안하더라도 벌금형 등 A씨의 전력에 비춰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한 정도 및 국익 등을 고려해 A씨가 품행이 단정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은 게 부당하다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A씨는 거주(F-2) 자격으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어 취업활동 등에 제한이 없다"면서 "체류 연장 허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국에 체류가 가능하며, 벌금 납무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다시 귀화신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적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이 그 벌금을 납부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