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동수 경기도의회 ‘추경안 무산’…벌써부터 '준예산' 사태 재현 우려
여야 동수 경기도의회 ‘추경안 무산’…벌써부터 '준예산' 사태 재현 우려
  • 송길용 기자
  • 승인 2022.10.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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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기금의 전출 요건 중 하나인 ‘지역경제 상황의 현저한 악화’ 근거 요구"
민주당 "조례 내용을 문제 삼아 의회를 파행으로 몰아넣는 것은 억지 행태일 뿐”

제11대 경기도의회가 사상 첫 여야 동수를 기록하면서 각종 현안을 두고 파행이 빚어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여야 다툼에 경기도 제2회 추경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정상적으로 의결되지 못했는데, 지난 2016년 남경필 지사 당시의 ‘준예산’ 사태 재현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10일 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제363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총 35조6708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시작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개점휴업 하면서 추경안 심의를 완료하지 못했고 이는 결국 본회의 의결 무산으로 이어졌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하 기금) 9000억원의 일반회계 전출에 적법성을 제기했는데 더불어민주당·도 집행부와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기금의 전출 요건 중 하나인 ‘지역경제 상황의 현저한 악화’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와 관련한 명확한 근거자료와 유권해석 자료를 요청했지만 도 집행부에서 이를 제출하지 않거나 ‘문제없다’는 식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도 집행부는 “국민의힘이 기금의 일반회계 전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통합재정안정화 기금의 설치 및 운용 조례’에서는 기금의 일반회계 전출을 도지사 재량에 맡겨 두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조례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조례를 개정하면 된다. 조례 내용을 문제 삼아 의회를 파행으로 몰아넣는 것은 억지 행태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추경안 의결이 무산된 상황에서 여야 충돌이 지속될 경우 국민의힘의 강한 견제로 인해 내년 본예산 심의도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경필 전 지사 시절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1조388억여원과 관련해 촉발된 준예산 사태 재현까지 내다보고 있다.

‘2016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당시 도의회 다수당이던 민주당은 누리과정 예산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만큼 지방재원이 아닌 정부의 직접적인 예산 투입을, 남 지사가 속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6개월분(최소 2개월분) 지원예산을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는 협의를 통해 결정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충돌했다.

결국 2015년 12월31일 오후 11시35분께 본회의장에서 누리과정 예산이 삭감된 예산안 통과를 시도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실패했고, 새해 1월1일부터 사상 초유의 준예산 체제에 들어갔다.

준예산 체제에서는 지방재정법 제46조와 제131조에 따라 Δ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Δ법률상의 지출의무 이행 Δ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비만 지급이 가능하다.

공무원과 도의원의 국외여비와 정책수립 및 방향 제시를 위한 연구용역비, 도정 및 도의원 의정활동 홍보를 위한 언론사 홍보비 지출이 전면 중지되고, 신규사업 예산도 집행할 수 없다.

도의회 한 관계자는 “이번 추경안 의결 무산 과정을 지켜보면서 남경필 지사 시절 준예산 사태가 다시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도의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도 집행부는 각종 사업을 절차대로 철저히 진행해 ‘도의회 패싱’이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고, 도의회 여야는 정략적인 접근이 아니라 평소 외치는 ‘도민만을 바라보는’ 의정활동에 매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의회는 오는 11일 예결위를 다시 열어 20일까지 안건심의를 마친 후 21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의결한다는 계획이지만 여야 간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시일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