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년] 여야 잠룡 운명도 총선에…결과 따라 대권구도 요동

◇친윤 원희룡·한동훈-비윤 안철수·유승민…홍준표·오세훈도 ◇이재명 '1위' 지킬까…'이낙연 역할론'도 관심

2023-04-09     김현식 기자

내년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잠룡들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선거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운명은 물론, 당내 권력구도 변화로 인한 대권경쟁 구도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친윤 원희룡·한동훈-비윤 안철수·유승민…홍준표·오세훈도

여권 잠룡으로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첫손에 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잠재적 대권주자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일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한 장관은 11%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0%)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 한해서는 한 장관이 24%로 1위였다.

다시 전체 순으로 이 대표, 한 장관에 이어 홍 시장(5%)은 3위, 안 의원(4%)이 4위였고, 오 시장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3%),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장관(2%), 유승민 전 의원(1%)이 뒤를 이었다.(2월28일과 3월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당장 여권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한 원희룡·한동훈 장관의 경우, 총선 출마 여부와 시점이 관심사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원 장관은 이번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해 차기 대권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원 장관이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대권주자인 만큼 전략카드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여기에 국토부 장관이라는 직책 등으로 1기 신도시인 일산을 비롯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이 그의 출마지로 거론된다.

한 장관은 총선 출마 자체가 관심사다. 실제 당내에서는 서울 송파, 종로, 용산 등에서 한 장관이 출마할 것이란 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 장관은 현재까지는 법무부 장관직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철규 사무총장을 비롯해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한동훈 차출론'에 대한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하며 '공동정부'를 내세웠던 안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고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하는 등 승승장구 했지만, 전대에서 친윤(친윤석열)계와 대통령실의 맹공을 받으며 친윤에서 멀어지는 모습이다. 안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현 지역구를 사수할지 부산 등 험지를 택할지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 전 의원의 경우, 친윤계 당 지도부가 구성되면서 총선 출마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현역 광역자치단체장 임기가 남은 홍준표·오세훈 시장은 이번 총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출마, 당선 여부와 별개로 총선 결과가 이들에게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당 장악력이 높아지면서 대권 경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여소야대 국면에 가로막혔던 주요 정책들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원희룡·한동훈 장관의 존재감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의 경우, 총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의 영향력에 비례해 대권주자로서 몸집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비윤계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중앙정치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홍준표·오세훈 시장의 존재감이 역으로 커질 수 있다.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결과라도 총선에 출마하는 인사들은 반드시 당선돼 원내로 진입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재명 '1위' 지킬까…'이낙연 역할론'도 관심

야권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면서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 체제로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면, 야권의 확실한 대권주자로 쐐기를 박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20%를 기록하며 전체 1위를 차지했지만, 사법 리스크로 인한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 등으로 매순간 리더십을 시험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27일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30여 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에서 당심(黨心)이 흔들리고 있음을 이 대표도 목도했다.

또 추가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가능성과 계속된 재판 등으로 인해 이 대표의 '질서있는 퇴진론'이 계속 언급되는 것 역시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실제로 한 비명계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과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 정진상의 1심 재판 판결, 또 넘어올 수 있는 체포동의안으로 이 대표도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2016년 총선 전 당 대표직을 물러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것이기도 하다. 문 전 대통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해 총선을 이끌었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상대로 승리했다.

다만 '질서 있는 퇴진'이 아직 공개적으로 분출되지 못하는 건 이 대표를 대체할 새로운 얼굴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의 대표인 강훈식 의원이 "이 대표를 빼고 총선을 치르자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이 대표만으로도 어렵다"고 토로하는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또 이 대표가 사라질 경우, 민주당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들이 반발해 콘크리트 지지층을 놓칠 우려가 있다는 것 역시 퇴진론을 진화하는 요소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인물들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새로운 얼굴이 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잠룡은 이낙연 전 대표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장인상으로 인해 8일 급히 귀국하게 되면서 '이낙연 역할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전 대표 측근들은 직접 언론에 장인상을 알려왔는데, 이런 부분도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가 퇴진할 경우를 대비해 존재감을 과시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이낙연(NY)계 민주당 의원들은 이 전 대표의 귀국은 정치적인 행보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대표적 NY계인 설훈 의원은 당일(8일)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인 얘기는 일체 없었다"고 했다.

국무총리를 지냈던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와 중량급 정치인인 김두관 의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도 민주당의 차기 잠룡으로 언급된다. 김 전 총리는 종로 출마설 등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제3지대'가 탄생해 신인 잠룡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제3지대 구축을 모색하는 정치권 일각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은 오는 18일 국회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 모임'(성찰과 모색)의 첫 토론회(한국 정치, 문제와 제언)를 연다. 첫 토론회 좌장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야권 관계자는 "총선을 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도 이재명 대표도 싫다는 중도층 표심을 잡아보기 위한 구상이 곳곳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호남을 꽉 잡은 안철수 의원 같은 존재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