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잡다'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잡다'
  • 송길용 국장
  • 승인 2013.11.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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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발언파문으로 보수와 진보진영의 갈등이커지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극우 보수 세력들이 나라를 지키겠다며 등장한다. 이같이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해낸 구국 용사들 하면 떠오르는 196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가 있다.

 바로 ‘돌아오지 않는 해병’과 ‘빨간 마후라’다. 그 중에도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조국에 대한 사랑과 전우애를 그려낸 영화 ‘빨간 마후라’ 이 영화의 주인공이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 된 이대엽 전 성남시장이다. 그런 그가 요즘 옥중에서 몸값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영화 ‘빨간 마후라’의 주인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대엽 씨는 1970년대 황무지와 다를 바 없는 성남에 정착해 초대 ‘통일주최 국민회의 대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그는 국회의원 도전에 성공해 교통위원장까지 지낸 3선 의원으로 지역사회에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된다.

 그는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민선3기와 4기까지 무려 8년동안 성남시장을 지냈다. 이후 그는 2010년 민선5기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참패한 후 같은 해 비리혐의로 구속 수감되면서 그의 화려했던 30년 정치인생이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 그가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출소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면서 6·4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과 민주당 출마희망자들에 이어 경기도교육감 후보까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지역 내에 유력인사들이 줄줄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전임시장을 찾아 읍소하는 진풍경이 목격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지역정가는 이대엽 전 시장의 정치인생 30년이라는 관록에 수만 명에 이르는 고정지지층과 탄탄한 선거조직력이 예측키 어려운 선거판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다 여야가 만지작거리는 정당공천제 폐지와 소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여부와 내년 선거의 최대변수를 예고하고 있는 안철수 신당의 창당여부 등도 출마희망자들을 초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면서도 교도소를 찾아야 하는 출마희망자들은 설령 이대엽 전 시장이 출소하지 못하더라도 옥중에서 리모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바닥층을 다져온 기존 선거조직의 수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리혐의로 구속된 전임시장을 찾아 교도소 철문을 드나드는 것은 비단 선거를 염두에 둔 출마희망자들만이 아니다. 전직 고위직 공무원부터 현직에 이르기까지 민선3∼4기를 거치며 그와 뜻을 함께해온 자들의 면회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시장 측근들은 권력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않겠다는 평소 지론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영화배우에서 정치풍운아로 불리며 한세대를 아우른 이대엽 전 성남시장, 불과 3년 전 매관매직 비리와 무리한 호화청사 신축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만든 전임 시장을 향한 정치꾼들의 애처로운 구애를 시민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내년 선거에서 지켜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