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다"
"인사가 만사다"
  • 김정현
  • 승인 2013.11.0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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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총장 후보자가 선정되어 곧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인데, 후보 내정자의 땅 투기 여부와 아들 병역 문제를 언론에서 미리 검증하며 요란을 떨고있다. 
 
지금까지 보아 온 검찰 인사의 특징이라면, 검찰총장이 내정되면 선배 검찰은 물론 연수원 동기생 모두가 자리에서 물러나 옷을 벗고 나간다. 이들이 검사직을 사퇴하는 명분은 총장이 편하게 일하게끔 선배와 동료가 만들어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물론 검찰 조직의 특성상, 한 사건이 발생하면 선배나 동료의 청탁 내지는 외압을 외면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도 하지만, 한편 생각하면 자존심이 강한 검사들이 처신하기 불편해서 사표를 던지는 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검사는 퇴직하면 변호사라는 든든한 직업이 있어서 맘 편하게 사표를 낼수 있지 않을까 ? 
 
지난 달 28일과 31일, 성남시는 4백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자도 있고 전보자도 있다. 인사의 후유증이란 한 사람이 함박 웃음을 지으면 세 사람은 입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니 인사 직 후 공직 사회의 분위기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그래서 시장 군수 중에는 선거 전 해에 혁신적인 인사를 하지않는 경우도있다. 
 
지방 자치단체에서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다. 인사권자들이 늘 주장하는 기본 원칙은, '능력있고 헌신적으로 일하는 유능한 인재를 우대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일하는 분위를 조성하는 것'인데, 이번 성남시 인사도 이에 준한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왠지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인사에서 능력있는 60년생이 구청장이 되고, 이번에는 2007년 6급이 사무관으로 승진하자, 50년도생 고참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솔직히 표현하면 '우린 이제 끝났구나'하는 표정들이다. 
 
30여년의 긴 공직 생활을 하다보면, '전에 모 부서에서 내가 데리고 일 가르치던 아이'가, 이제는 모셔야될 상급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막상 당해보면 솔직히 살맛이 나지않는다.  이런 와중에 소통은 무엇이고 조직의 화합은 어디에서 찾겠는가 ? 
 
그래서 조직이 원만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선배가 대우받고 서열이 무시되지 않는 인사도 필요하다.
공직자의 인사가 '예측 가능한 인사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또는 출신에 의해서 좌우되는 인사' 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업무보다는 줄 서기와 요령이 앞서게 된다.
 
지난 시절 성남시는 뇌물 승진 파동을 심하게 겪었다. 겉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아직도 '뇌물 과장'에 대해서 불신하는 직원들이 있어서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     
 
이제 인사는 끝났다. 행정직 공무원은 옷 벗고 나가도 검사처럼 변호사 자리가 기다리지 않는다. 서운하고 억울한 감정은 빨리 풀고 새로운 마음을 갖기 바란다. 2- 3년전 부터 퇴직을 대비해서 대학을 새롭게 다니는 사람도 있고, 주말이면 산에 가서 약초를 캐며 건강을 다지는 사람도 있다.
 
인간 수명이 백세로 늘어난다고 예측하면 지금이 문제가 아니고 퇴직 후 40년이 문제다. 직장 생활 보다 더 긴 시간이 남아있다. '인간지사 새옹지마'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