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나눌 수 있을까?"
"행복도 나눌 수 있을까?"
  • 성춘호 관고동장
  • 승인 2017.04.25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춘호 관고동장이 전하는 '참시민이천행복나눔운동'에 대한 소고

행복도 나눌 수 있을까?

▲ 성춘호 관고동장

행복은 다의적 개념이지만 우리 삶의 궁극적이며 목적적 가치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돈·명예·권력·건강과 같은 것들도 결국은 행복을 위한 수단적 가치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행복은 우리 삶의 질과 만족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것이어서 우리 헌법에서도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최상위 규범으로 정하고 국가도 이를 침범할 수 없는 불가침의 권리로 선언하고 있다. 그래서 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구성원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이야말로 가장 기본적 책무이자 최상위의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천시가 범시민적으로 펼치고 있는 참시민행복나눔운동은 물질만능주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고 이채롭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무슨 경제적 성과물을 나누는 게 아니라 무형의 가치인 행복을 나눠 갖겠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하지만 행복에 관한 담론은 한결같이 행복은 나누고 공유할 때 더 커진다고 말한다. 티벳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는 삶의 목표는 행복에 있다고 전제하고 나 혼자서 행복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나아가 개인의 행복과 사회전체의 행복은 어떤 관계인가를 묻고 내가 행복하고 싶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야한다고 한다. 행복의 관점을 자기에서 우리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주관적· 개인적이라고만 생각했던 행복의 개념을 객관화·사회화 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그랬을 때 개인적 행복뿐 아니라 사회적 행복의 총량이 더 커진다는 것. 참시민이천행복나눔운동은 조병돈 이천시장님이 유네스코창의도시 연례회의 차 일본의 가나자와시를 방문했을 때 한 노신사가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아 이천시도 이같은 선진문화 도시가 되기를 희망하며 처음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 운동의 명칭부터 12개의 실천과제까지 모두 시민원탁회의를 통해 시민들 스스로 도출해 냈다. 배려·존중·인성교육·소통·실천과 같은 5대 핵심가치와 서로 웃으며 인사하기, 내 집 앞은 내가 청소하기 등 12가지의 과제들은 모두 시민의 의지만 있으면 실천 가능한 것들이다. 이 운동은 과거 잘 살아 보세와 같은 물량주의 운동이 아니라 시민의식의 변화를 통해 행복의 총량을 높이겠다는 정신운동이다.

물론 어렵고 힘든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돕기 위해 행복한 동행사업, 재능기부운동과 같은 현물운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이러한 의제들이 실천될 때 개인의 행복지수는 물론 전체 시민들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출발했지만 사적 소유의 편향적 확대, 합리적 분배의 왜곡 같은 폐해를 불러왔다. 내가 차지하는 량에 비례하여 행복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는 무망한 것이 되고 말았다. 매년 발표되는 세계 각국의 행복도 조사에서도 부와 행복의 상관관계는 꼭 정비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질이 행복에 기여하는 구성요소는 될지라도 이타심·배려·존중과 같은 정신적 가치가 뒷받침 되지 않을 때 그 행복의 질과 지속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각자의 재화와 재능을 조금씩 나누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공유하는 것은 개개인의 행복을 나눠 사회 행복의 총합을 키우는 일이다. 지금 이천시가 이타심과 공공선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함으로써 행복은 나눌 때 더 커진다는 것을 실험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