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신년인터뷰]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2023년 신년인터뷰]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 송길용 기자
  • 승인 2023.01.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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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삶에 와닿는 섬세한 의정 ‘내일이 나은 경기도’ 만드는 데 온 힘”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정치에서 공동체적 합의 이끌어내는 역할” 

“예산처리과정서 시작부터 막바지 계수조정까지 발 벗고 조율에 나섰다” 
경기도의회 염종현 의장이 경기도일간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도의회 염종현 의장이 경기도일간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의정활동계획을 밝히고 있다. 

 경기도의회 염종현 의장이 취임한지 6개월이 머지않았다. 여야 동수라는 만만치않은 의회구성에서 갈등의 조정과 협치를 통해 의회를 이끌고 있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예산안을 통과시켜 모두가 우려하던 준예산 사태를 막아냈다. 염 의장에게 6개월간의 의회 활동성과와 올해 활동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염종현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의장으로 취임한 지 반년이 다 돼간다. 2023년 의정활동에 대한 청사진이 있다면? 

▲ 2023년은 의정활동이 그야말로 본격화하는 시기다. 2022년에는 의원들께서 의회에 입성해 적응하기 바빴고, 2024년에는 총선의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2023년이 제11대 의회의 성공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원 개개인의 의정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 의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회사후소(繪事後素, 흰 바탕이 있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_논어 팔일편)’라는 말이 있듯, 의장 취임(8월 9일) 후 약 반년 간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기틀을 다지는 일에 온 힘을 다했다. 그 결과 현시점에서 꼭 필요한 체계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여야 동수라고 할지라도 양당과 개별 의원들이 ‘도민행복’, ‘민생안정’이라는 공동의 지향을 갖고 있는 한 결집의 힘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지방의회보다 탄탄하게 마련된 의정지원 체계를 활용해 협치의 가능성을 시험할 것이다. 나아가 협치의 진가를 발휘하며 성과를 제시하는 2023년이 될 수 있도록 지휘자이자 중재자로서 의장 역할에 충실하겠다.


경기도의회는 여야 의원 동수로 구성돼 있다. 의장으로서 어려움이 많을 거 같은데 어떻게 운영해 나가고 있는지? 

▲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갈등은 불가피한 요소다. 서로의 차이와 이견을 부정하고, 외면하면 더 큰 불화를 야기한다. 정치적 편향과 각자의 이해관계를 다원주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갈등을 ‘민주주의의 엔진’으로 보는 관점은 이 같은 접근에서 출발할 것이다. 

당 차원의 일에 의장이 개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경기도의회의 규모와 위상, 중요성을 따졌을 때, 다툼을 반복, 지속하는 데 따른 출혈이 지나치게 크다. 여야동수 구조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갈등 양상을 소모적 대립이 아닌 생산적 논의로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다 의석수를 자랑하는 ‘최대 지방의회’이자, 양질의 의정활동과 선진 운영체계로 타지방의회를 선도하는 ‘최고 지방의회’다. 우리가 도의원으로서 자치분권 강화를 설득력 있게 주장하려면, 챔임감 있는 정치를 선행해야한다. 경기도민을 대변하는 의원으로서 자리의 무게를 알고, 의정에 책임감 임해야 할 것이다. 습관적 반대에서 벗어나 정치적 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정치 속에서 어떻게든 공동체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의장의 역할일 것. 양당 대표단은 물론 의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초선의원들과 소통하며 의견을 취합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의장께서 취임 일성으로 ‘협치’를 강조했고, 그 결과 지난해 ‘여야정협의체’가 출범할 수 있었다. 여야정협의체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의미, 집행부와의 협력 방안을 설명해달라. 

▲ 여야정 협의체는 경기도의회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간의 ‘공식소통·협치기구’다. 의장에 취임하며 ‘김동연식 협치모델’ 수립을 약속드렸고, 정당을 떠나 모든 의원께서 ‘민생에 여야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한 덕분에 이 기구의 구성에 이를 수 있었다. 

의회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집행부 간 협치를 위한 필수 요건은 양 기관의 협력 의지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김동연 지사는 물론 임태희 도교육감께서 협치의 중시하고, 여야정 협의체가 구성됨에 따라 원활한 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야를 아우른 의회와 집행부 간 협의체 구성은 제가 취임 직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온 사안이다. 도민께서 여야 동수의 의석을 준 것은 대립과 갈등을 넘어 대화와 타협의 길로 가라는 뜻이라 생각한다.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교섭단체 협조가 필요한 도정, 주요 조례안 및 예산안, 사회적 쟁점, 도의회 정책·전략사업 등을 주로 협의하고, 실무협의기구인 ‘안건조정회의’를 운영하며 협의 결과의 이행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협치의 구심점이 마련된 만큼 의회와 도청, 도교육청 간 연대를 강하게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예산안이 통과됐다. 의장의 중재 역할이 빛나다는 평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소통의 힘’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된 계기였다. 여야 동수 의회를 슬기롭게 운영하는 열쇠는 소통에 달려있다고 보고, 의장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소통에 주력했다. 양당 대표단, 다선·초선 동료의원은 물론 김동연 경기지사,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등 집행부 공무원까지 끊임없이 교류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간 쌓아온 정성과 신뢰가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본다. 

이번 예산 처리 과정에서 시작부터 막바지 계수조정 시점까지 발 벗고 조율에 나섰다. 준예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어떻게든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이 강했다. 다행히 당적과 관계없이 민생안정을 위해서라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동료의원들의 의지가 강했다. 자치분권 강화를 향해 나아가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소통의 효과는 소낙비보다 가랑비와 같이 나타난다. 가랑비에 옷이 젖어 들어가듯, 일상적 교류와 대화가 부지불식간에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평소 신망을 쌓지 않은 채로 하루아침에 의견 합치를 이룰 수는 없다. 앞으로도 동료의원, 집행부와 부지런히 의견을 나누며 교류할 것이다.


11대 도의회의 자치분권발전위원회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다. 도의회가 진정한 독립기관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라도 위원회 활동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운영 계획 등을 설명해 달라. 

▲ 10대 의회 종료와 함께 일몰된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상시기구로 운영하며 전국 최대 광역의회로서 자치분권 강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경기도의회는 지방자치법이 전부개정되기 전부터 자치분권 강화를 위해 선도적 활동을 펼쳐왔다. 전국 최초로 조례에 근거한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구성(2020년 10월 12일)했고, 관련 토론회와 결의대회 등을 통해 전국 지방의회를 결집하며 중추적 역할 수행했다.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전부개정되기는 했지만, 지방의회 인사권만 독립됐을 뿐 조직권과 예산편성권을 여전히 집행부가 관장함에 따라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급선무다. 제11대 의회 들어 제정한 조례를 근거로 조속한 시일 안에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발족하고 상설화할 방침이다. 종전의 전체위원 30명 규모에서 34명으로 구성원을 확대하고, 양당에 위원추천권을 동일하게 부여해 의견을 고르게 수렴할 계획이다.
  

자치분권 과제 고도화, 자치분권 공론화, 도의회 자치역량 제고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전국 17개 광역의회와 연대해 제도개선을 강력 추진하겠다. 

 
 의장 공약사항이기도 한 경기도의회 의정 지원 TF인 공약정책추진단과 초선의원지원단이 지난해 출범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체적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 두 기구는 의회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방안을 고심한 끝에 탄생한 의정활동 지원기구다. 의장 출마를 선언하며 구상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마침내 실현까지 하게 됐다. 

교섭단체별로 한 명씩 두 명의 공동대표가 각각의 추진단을 이끌며 의원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우선, 공약정책추진단은 이미 취합된 공약을 분석해 분야별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으로 전환해 ‘정책제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공약정책추진단의 분석 결과, 의원 공약 수는 총 4,101건으로 1인 평균 26.3건에 달했다. 의원 면담 결과 도출된 686개의 중점 정책 제안사업을 중심으로 검토 및 관리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올들어 타 지방의회에서 벤치마킹을 올 정도로 선도적이고 진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도민과 도의회, 도청을 아우르는 ‘협치모델 정립’에 나설 것이다. 

이어 ‘초선의원 의정지원 추진단’은 광역의회에 첫발을 들인 초선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발굴할 예정이다. 초선의원 108명의 안정적 의정활동을 위해 의회사무처 내 7개 전 부서가 지원 중에 있다. 기존의 의정지원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끔 안내하는 한편, 최근 개통한 ‘핫라인’ 전화를 활용해 요구사항에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초선의원의 의정 성과를 확대하겠다.


 사무처장 개방형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추진 이유와 현재 진행상황은. 

▲ 의회사무처장 개방형 추진은 지방의회의 인사권이 독립됐음을 명확하게 알리는 상징적 사안이다. 의회사무처장은 기관의 행정업무 총괄 기능을 수행하는 자리로, 사무처장에 대한 임용권을 의장이 행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12월 19일 채용공고를 냈으며,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이르면 이달 이후 개방형 의회사무처장이 임용될 예정이다. 

첫 개방형 처장 채용인만큼 미비한 점이 없도록 서류심사부터 면접까지 만전을 기할 것이다. 철두철미한 적격성 심사를 통해 전문성, 리더십, 조직관리능력, 의사전달 및 협상 능력, 중립성을 두루 겸비한 인사를 선발할 방침이다.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경기도의회가 진일보를 내딛을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신경쓸 것이다. 

 
2023년 계묘년을 맞아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논어 안연편을 보면 정치가 무엇인지를 묻는 제자 자장에게 공자께서 ‘거지무권 행지이충(居之無倦 行之以忠)’이라고 답하는 장면이 있다. 관직에 있을 때 게으르지 않고, 정사를 행할 때는 진심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결국, 정치는 진정성의 문제다. 진심이 담긴 정치, 부지런한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지방의회는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을 제일 앞장서서 정착시켜야 할 기관이다. 민생과 민의를 담아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자치입법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실질적 자치분권이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으려면 더욱 절실한 자세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경기도의회는 협치로 결집하고, 체계 속에 성장하며 자치분권의 미래를 그려갈 것임을 약속드린다. 주민 삶에 와닿는 섬세한 의정을 펼치며 ‘오늘보다 내일이 나은 경기도’를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 

자치분권2.0 시대에 더욱 확대된 지방의회의 기능이 무관심 속에 사그라들지 않도록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경기도민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깃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