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요양병원 체계,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기고]요양병원 체계,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 매일타임즈
  • 승인 2021.02.0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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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전건강보험연구원장
시설·인력 미흡한 요양병원 난립,
집단감염 취약해 고령층 큰 피해,
지원 늘리되 규제·퇴출장치 필요
이기효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이기효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국민 모두의 노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정되는 추세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요양 병원에서의 집단 감염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자식 뒷바라지에 일생을 바치고 인생 황혼기에 질병 등으로 요양 병원에 입원한 우리 부모님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요양 병원의 집단 감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월 기준으로 71개 요양 병원에서 총 1,920명의 환자가 확진자로 판명됐다. 감염에 취약하고 치료는 어려운 고령층이 밀집해 발병률뿐만 아니라 사망률도 매우 높다.

겨울철 대유행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요양 병원 집단 감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그러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이 따로 있다. 현재 요양 병원 체계는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초고령 사회의 노인 보건 체계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우선 요양 병원이 너무 많다. 요양 병원 병상 수는 최근 10년 동안 무려 세 배가량 증가했다. 일반 병원은 병상 수가 감소했지만 요양 병원만 유독 연평균 11.7% 늘어났다. 노인 인구 연평균 증가율 4.3%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과도한 병상 수의 증가는 결국 불필요한 입원을 초래한다. 병상이 남다 보니 일부 요양 병원은 환자를 유인하거나 장기 입원을 조장한다. 돈벌이가 된다는 생각에 통원 치료가 가능한 환자나 집에서 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을 유인해 장기 입원시키는 사례도 있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요양 병원들은 그 틈을 비집고 있다. 비좁은 시설에 비인가 병상까지 들여놓고 최소한의 인력 기준 맞추기에 급급한 요양 병원들에 효과적인 감염병 대응을 기대할 수는 없다. 2019년 12월 감사원 감사에서는 무허가·미인가 입원실을 운영하거나 자율 배식(뷔페식)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등 감염 예방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요양 병원에 급여가 지급된 사례가 지적되기도 했다.

요양 병원과 요양 시설로 분절돼 노인에 대한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의료 서비스가 필요 없는 노인들이 다수 입원해 의료 자원을 낭비하기도 한다. 경증 노인 환자를 효과적으로 보살필 수 있는 ‘너싱홈’ 시설이 우리나라에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감염병 대유행과 초고령 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요양 병원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우선 환자 안전과 양질의 의료 제공을 위해 간병 인력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등 필수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기준에 못 미치는 요양 병원에 대한 엄격한 규제 관리와 퇴출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요양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상당수는 고령의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 의료 기관보다 안전기준 및 관리 감독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서는 관리 상태와 안전기준이 양호한 요양 병원에는 더 많은 지원을, 부실한 요양 병원에는 제재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요양 병원의 난립과 병상 수 증가를 막기 위해 적정 수의 요양 병상 총량을 정하고 병상 부족이 입증된 지역에 한해 증설을 하도록 하는 ‘병상총량제’가 필요하다.

비용 대비 효과적 노인 의료 서비스 공급자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시설 수용에서 탈피해 노인들이 최대한 자신이 살던 집에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혁신적 노인 보건 서비스 체계를 꾸리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공급자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혁신적 공급자의 도입이 무산돼 온 보건 분야의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리더십을 기대한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