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벨로드롬을 강타한 임채빈 태풍
<경륜> 벨로드롬을 강타한 임채빈 태풍
  • 송길용 기자
  • 승인 2020.01.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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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급의 상위 랭커들이 임채빈의 시속을 견디지 못하고 마크를 놓쳐
◆ 뒤에 붙어 힘을 비축할 시간을 주지 않는 혁신의 선행 전법 선보여
◆ 수도권 강세에 밀려 위축되어 있는 경상권에 내린 한 줄기 밝은 빛

데뷔전을 치른 임채빈(25기·29세·A1·수성)에 대한 관심이 벨로드롬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단 세 번의 경주만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경륜 챔피언 정종진(20기·33세·SS·김포)과 대적할 정도의 실력자가 나왔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주에는 경륜뱅크 배재국 예상팀장과 함께 임채빈 선수의 경주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해보았다.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

임채빈이 지난해 말 신인 시범경주 1일차에서 보여준 대차신 우승을 보며 많은 이들은 ‘어쩌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좋았거나 아니면 당시 임채빈을 마크하고 있던 안창진(25기·30세·B1)의 대처가 미흡한 탓이지 않았을까?’하는 의심을 가졌다. 다음 날인 시범경주 2일차 경주에서는 임채빈이 추입 전법으로 우승하는 바람에 베일에 가려진 그의 진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다 데뷔전이었던 광명 1회차 경주에서 함께 출전한 선수들이 엄두도 못 낼 가공할 파워를 선보이며 광명 스피돔에 슈퍼루키가 나타났다는 것을 만방에 알렸다. 그의 데뷔전은 한 마디로 ‘의심은 사라지고 확신이 서는 순간’이었다.

임채빈의 폭발적인 스피드에 추풍낙엽 흩어지는 우수급의 강자들

노태경(13기·37세·A2·북광주)은 2018년까지 특선급에서 준강자로 활약한 선수다. 현재 우수급에 내려와 있는 상태지만 특선의 빠른 시속에 적응이 잘 되어있고 특선급 최고 수준의 선행 선수들을 뒤에서 마크해본 경험도 풍부한 선수다. 하지만 그는 데뷔전을 치르는 임채빈의 폭발하는 시속에 대응하지 못했고 마크를 놓쳤다. 다음날 경주는 임채빈이 본인 후미에 있던 경상권 선수인 김준일(23기·30세·A1·김해B)이 마크를 놓치지 않을까 배려하며 시속을 한번 줄이고 가는 진풍경까지 펼쳐졌다. 일요일 결승전 경주에서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왕지현(24기·26세·A1·김포)과 강급 선수인 윤현구(22기·29세·A1·김포) 모두 내·외선에서 따라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봐

선행 전법은 물리적으로 마크 선수들에 비해 체력 소모가 크다는 것은 경륜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선행 전법을 쓴 선수는 선두의 공기저항을 그대로 받기 때문이다. 결국 후미에서 힘을 비축한 선수가 직선에서 남은 힘을 몰아 쓰면 선행 선수가 객관적 기량에서 앞선다고 하더라고 마크 선수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자력승부(선행)는 어느 정도의 희생타를 각오해야 하는 전법인 셈이다. 하지만 마크 선수가 쫓아가지 못하고 차신이 벌어질 경우 선행 선수와 같은 공기저항을 겪게 되며 더 이상 마크 전법의 이점은 없게 된다. 바로 이것이 임채빈만의 선행 전법 포인트로 분석된다. 폭발하는 순간 시속으로 마크 선수를 따돌린 다음 본인과 같은 공기저항을 받게 만드는 차세대 선행 전법을 구사한다.

봄이여 오라

세대교체에 완벽하게 성공하고 풍부한 선수 자원으로 무장한 수도권·충청권에 비해 세대교체 실패와 빈약한 선수층으로 열세에 놓인 경상권에 임채빈이라는 수호기사가 나타났다. 단 한 명의 선수일 뿐이지만 잠재력만 가지고도 수도권·충청권 선수들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큰 경주에서 선두로 나설 수 있는 선행 선수의 부재로 고전을 하던 경상권에 임채빈은 매우 든든한 선봉대장이 될 수 있어 보인다.

경륜뱅크의 배재국 예상팀장은 “데뷔하자마자 SS급에 버금가는 신인이 탄생했다. 지금 경륜을 호령하는 천하의 정종진도 데뷔전에서 이동근에게 추입을 허용했고 정하늘(21기·30세·SS·동서울)은 우수급에서 김성근(12기·40세·A2·창원B) 공민규(11기·40세·A3·가평) 등에게 덜미를 잡혔다. 하지만 임채빈은 달랐다. 분명 처녀 출전으로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경주를 했을 텐데 너무나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상대 선수들을 완파했다. ‘될성부른 나무 떡잎을 보면 안다.’라는 옛말처럼 시범경주 포함 5경주 밖에 못 보았지만 향후 특선급 판도를 좌지우지할 강자가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