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僕 停年을 弔 함
公僕 停年을 弔 함
  • 정연무
  • 승인 2014.04.0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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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에, 성 남쪽 고을(성남), 하늘을 벗 삼아 땅을 가족 삼아 은거를 시작한 필부 모씨(某氏)는 미련한 글로써 공복자(公僕者)들에게 고(告)하노니,
 
국가 공공단체와 공법상 근무관계를 맺고 공무를 담당하는 기관을 구성하는데 중요로웁고, 본질이 모름지기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과 고통을 함께함이 회사후소(繪事後素)인 공복(公僕)이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이 도처(到處)에 흔한 바이로다.

호 통재(嗚呼痛哉)라, 안타까웁고 애통하다.
어이 인정(人情)이 그렇지 아니 하리요. 슬프다. 이렇듯이 슬퍼함은 필부의 그대들과의 정회(情懷)가 남과 다름이라.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心身)을 겨우 진정(鎭定)하여, 귀하들의 정년(停年)행장(行狀)과 나의 회포(懷抱)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
 
연전(年前)에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 채 공복(空腹)위해 발 담군” 이후 반평생 바치고 “재량은 제로이고 연극배우 노릇만하다 하루해를 저문다.”는 말년의 우울함으로 무대를 내린 절친 공복(公僕께옵서 명퇴 낙점(落點)을 무르와, 위로(慰勞) 휴식을 다녀오신 후에 그나마 친근하다하여 어리석은 필자(筆者)에게 독주 한 잔에 안주 한 쌈을 주시어 위와 장으로 보내거늘, 사십여년 맺힌 고언(苦言)으로 친히 귀를 씻어 절절이 나눠 주고, 수십년 묻은 사연을 발췌, 그중에 고린 하나를 택(擇)하여 가슴에 익히고 익히니 지금까지 해포된 사연이 슬프다, 연분(緣分)이 비상(非常)하여 사연을 무수(無數)히 잃고 무너뜨렸으되, 오직 정년(停年) 하나를 연구(年久)히 보전(保全)하니, 비록 무심(無心)으로 담은 사연(事緣)이나 어찌 애증하고 미혹(迷惑)지 아니하리오.
 
아깝고 절통하며, 또한 섭섭하도다.
수십년 세월, 선출(選出)에 치이고, 민원(民怨)에 치받힌 만신창이 심신을 스스로 위로하는 신세(身世) 박명(薄命)하여 음지에서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며 인명(人命)이 흉완(凶頑)하여 일찍 파하지 못하고, 가산(家産)이 빈궁(貧窮)하여 공무(公務)에 마음을 붙여, 그나마 겨우 생애(生涯)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귀하들의 정년(停年)을 영결(永訣)하니, 오호 통재(嗚呼痛哉)라,
 
아깝다 인재여, 어여쁘다 만근(滿勤)의 공복(公僕)들이여, 미묘(微妙)한 품격(品格)과 특별한 재치(才致)를 가졌으니, 인중(人中)의 명인(名人)이요, 군중(軍中)의 쟁쟁(錚錚)이라. 민첩(敏捷)하고 날래기는 백대(百代)의 협객(俠客)이요, 굳세고 곧기는 만고(萬古)의 충절(忠節)이라. 추호(秋毫) 같이 말하는 듯하고, 두렷한 귀는 올 곧은 소리만을 듣는지라. 어려움을 돕고 옳지 않음을 벌할 제, 그 민첩하고 신기(神奇)함은 귀신(鬼神)이 돕는 듯하니, 어찌 사력(邪力)이 미칠 바리요.
 
오호 통재(嗚呼 痛哉)라, 자식(子息)이 귀(貴)하나 손에서 놓일 때도 있고, 비복(婢僕)이 순(順)하나 명(命)을 거스릴 때 있나니, 그대들의 미묘(微妙)한 성품이 민심(民心) 전후(前後)에 수응(酬應)함을 생각하면, 자식에게 지나고 비복(婢僕)에게 지나는지라. 천성(天誠)으로 집을 하고, 의기(義氣)로 지붕 놓아 누리에 채웠으니, 민중의 길잡이라.
 
밥 먹을 적 곁에 하고 잠잘 적 되 새기어, 더불어 벗이 되어, 여름 낮에 탁사발이며, 겨울밤에 등잔(燈盞)삼아, 기쁘고, 슬프며, 즐겁고, 화나며, 쉬우며, 어려울 때에 한 몸이었으니, 수미(首尾)가 상응(相應)하고, 솔솔이 붙여 내매 조화(造化)가 무궁(無窮)하다. 이생에 백년 동거(百年同居)하렸더니, 오호 애재(嗚呼哀哉)라, 공복(公僕)정년(停年)이어.
 
매년 춘 삼월과 시월 그믐 일에 동락한 책상에서 평생의 업을 한으로 끊으려하니 무심중간(無心中間)에 무상한 세월이 깜짝 놀라와라. 어이 어이 세월이여, 정신(精神)이 아득하고 혼백(魂魄)이 산란(散亂)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頭骨)을 깨쳐 내는 듯, 이윽토록 기색 혼절(氣塞昏絶)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생볼 만져 보고 손 저어 본들 속절없고 하릴없다. 편작(扁鵲)의 신술(神術)로도 장생불사(長生不死) 못하였네.
 
아깝다 인재(人才)여,
떠남 세월 만져 보니, 들었던 자리 없네.
오호 통재(嗚呼痛哉)라, 友其正人(우기정인) 我亦自正(아역자정)을 어리석은 이 필부(匹夫)가 새기지 못한 탓이로다.
 
무죄(無罪)한 공복(公僕)이정년을 마치니,백인(伯仁)이 유아이사(由我而死)라, 누를 한(恨)하며 누를 원(怨)하리요. 능란(能爛)한 성품(性品)과 공교(工巧)한 능력을 필부의 힘으로 어찌 다시 바라리요. 절묘(絶妙)한 의형(儀形)은 눈 속에 삼삼하고, 특별한 품재(稟才)는 심회(心懷)가 삭막(索莫)하다.
 
비록 보이지 아니하나 무심(無心)?지 아니하면, 후일(後日)에 다시 만나 평생붕집지정(平生朋執之情)을 다시 이어, 友其正人(우기정인)과我亦自正(아역자정)을 한 가지로 하기를 바라노라.
오호 애재(嗚呼哀哉)라, 회사후소(繪事後素) 공복(公僕)들의 정년(停年)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