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성남시 공직자의 명퇴 유감
어느 성남시 공직자의 명퇴 유감
  • 정연무
  • 승인 2014.03.1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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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성남시 공직자의 名退명퇴 遺(?)憾유감
 
“少不勤學老後悔소불근학노후회(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하고
安不事難敗後悔안불사난패후회(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 한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 하는고!"
 
1920년대에 현진건은 그의 저서 ‘술 권하는 사회’에서 새벽 2시에 만취하여 집에 돌아온 남편을 향해 아내가 무심코 뱉은 이 한마디로 답답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를 표현했다.
 
이후, 90년도 훌쩍 넘긴 세월을 살고 있는 지금, ‘천상의 직업’이라는 우리 공직자들에게도 술 권하는 걸로 모자라 ‘그 몹쓸 사회가’ 임기 전 퇴직(명퇴)을 권하게 되었다.‘
 
많은 세월을 ’정권의 하수인‘,’철 밥통‘등의 유쾌하지 못한 (?)소리들을 인내하고, 정년 보장의 대가로 ’오지 부동‘의 명예스럽지 못한 별호까지 견디어온 공직 사회이어서 억울하기까지 할 것이다.
 
요즈음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직업군으로 분류되면서 채용 경쟁률이 급상승하고 있고, 공무원 임용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자부심으로 그득한 공직 사회조차, 인사 때만 되면 심각한 수준으로 임기를 1-2년 앞둔 이들을 대상으로 퇴임에 대한 압박이 심각하게 존재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뉴스거리도 아니다.
 
정년을 채우기가 힘에 부친다는 고위(?) 공직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30여년 많으면 40여년을 앞만 바라보고 한 길을 걸어온 당사자들로서는 “그만하면 이제는 후진들을 위해 그만 두시죠. 이제 다른 일을 알아보시죠.” 언제 이런 소리를 들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들에게는 ‘내가 퇴직하기를 바라면서 등을 떠미는 환상’이 보일 지경이다.
 
때로는 후배들을 위하여 '아름다운 퇴장'을 하기도 하지만 심각한 수준의 적체되고 있는 조직의 노령화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위공직자들이 명예퇴직을 강행되기도 하고, 정치놀음에 의해 정년에 앞선 퇴직을 강요받기도 한다.

공직사회의 근간인 ‘조직 질서의 위계’를 감당하더라도 임기 전 퇴직 권고나 강요에 대해 "자신들의 배타적인 지위를 활용해 기득권을 지키고 강화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지대추구행위'의 전형적 행태이며, '인사가 존재하는 한 대항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뚤어진 발상"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를 ‘利己’라 치부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퇴직을 강요받은 어떤 이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얼마 전 우리를 우울하게 했다. 오랜 직장에서 품위 있는 은퇴를 원했던 그로서는 뜻하지 않은 명퇴 권유가 커다란 고통과 충격이었을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그가 혼자서 감내해내야 했을 아픔의 시간을 누가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한 길을 달려온 사람들을 몇몇의 정략적인 이유로, 또는 자리를 필요로 하는 몇몇 집단(?)들에 의해 그들의 권리가 담보되지 못한 채 내쳐지는, 그리고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아무런 대책조차 없이 그들을 버림으로써 극단적으로는 죽음에 까지 이르게 만드는 책임은 누구의 몫일까?
 
“인사적체와 신규채용자의 발령 적체가 잇따르면서 인사 불만과 사기저하가 이어지는 몇몇 지자체 공직 사회에서는 굴욕적인 퇴출보다는 일찌감치 짐을 꾸려야 할지 고민하는 고위 간부들이 늘어날 뿐"이라는 어느 성남시 공직자의 넋두리가 귀에 생생하다.
 
朱子는 十悔訓에서 “少不勤學老後悔소불근학노후회 , 安不事難敗後悔”안불사난패후회 라 했다.
 
온통 현실을 떠나야 하는 불안의 탄식과 불확실한 미래에 한숨만이 흘러나오게 만드는 오늘날 ‘퇴직 권하는 사회’가 90여년 전 암울한 시대를 대신해 이제는 우리에게 ’술‘을 권한다.
 
공무원님들아! 퇴근 길에 저녁 노을이 그나마 예쁘게 내리거든 술 한 잔 바쳐 들고 “少不勤學老後悔 , 安不事難敗後悔”를 가슴에 새겨 넣자.